계약 만료를 두 달 앞두고, 저는 별생각 없이 부동산에 이사 날짜만 전달했습니다. 2년 동안 별 탈 없이 살았던 원룸이라, 나갈 때도 당연히 별일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당연히"가 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었는지, 이사를 준비하면서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만료 6주 전 – 집주인 연락 두절
이사 날짜를 정하고 나서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 관련해 연락을 드렸는데, 며칠째 답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바쁘신가 보다 했는데, 일주일이 넘도록 문자와 전화 모두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부동산 사장님께 여쭤보니 "요즘 그런 경우 종종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씀하셨는데, 저는 그때부터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료 4주 전 – 등기부등본을 처음 떼어본 날
친구의 조언으로 등기부등본을 직접 열람해봤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는데, 제가 살던 원룸에 제 전세보증금보다 앞선 근저당이 잡혀 있었습니다. 계약할 때는 신경도 안 썼던 서류였는데, 이 숫자를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습니다. 혹시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제 돈을 다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실감했습니다.
만료 2주 전 – 내용증명을 처음 보낸 날
주변에 물어물어 내용증명이라는 걸 처음 작성해봤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직접 접수하면서 손이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용증명을 보낸 지 사흘 만에 집주인에게서 처음으로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 세입자가 아직 안 구해졌다"는 말이었는데, 그 순간 화가 나기보다는 이제야 대화가 시작됐다는 안도감이 더 컸습니다.
만료 당일 – 절반만 받고 나온 날
결국 계약 만료일에 보증금의 절반만 받고, 나머지는 2주 뒤에 지급받기로 각서를 쓰고 짐을 뺐습니다. 이사 트럭 앞에서 각서에 서명하던 그 순간이 이 일 중 가장 씁쓸했습니다. 2년을 산 집을 나가면서 돈을 다 받지 못한 채 떠난다는 게, 생각보다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그 후 2주, 그리고 지금
다행히 약속한 날짜에 나머지 보증금이 입금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큰 탈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 일을 겪으며 확실히 배운 게 있습니다. 계약할 때 등기부등본은 반드시 미리 확인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계약 만료 최소 두 달 전부터는 집주인과의 연락 상태를 꼭 문서로 남겨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일을 겪고 나서야 전세보증보험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았고, 지금 사는 집에서는 계약하자마자 바로 가입했습니다.
비슷한 상황이라면
혹시 지금 집주인과 연락이 안 돼서 불안한 분이 계시다면, 무작정 기다리지 마시고 등기부등본부터 열람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연락이 계속 안 될 경우 내용증명을 미루지 마세요. 저는 이걸 너무 늦게 알아서 마지막 한 달을 마음 졸이며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