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원룸에서 3일을 버틴 이야기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던 날 밤이었습니다. 씻으려고 보일러 온도를 올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물이 미지근하지도 않았습니다. 리모컨 화면을 봤더니 낯선 에러 코드가 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냥 잠깐의 오작동이겠거니 하고 전원을 껐다 켜봤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날부터 저는 제 인생에서 가장 추웠던 3일을 보내게 됩니다.

1일차 밤 – 집주인과 연락이 늦어지던 시간


밤 11시가 넘은 시간이라 집주인에게 문자만 남기고 잠을 청했습니다. 전기장판 온도를 최대로 올리고 이불을 세 겹으로 덮었는데도 방 안 공기 자체가 차가워서 코끝이 시렸습니다. 새벽에 몇 번을 깼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창문 안쪽에 성에가 살짝 껴 있었는데, 그걸 보고서야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2일차 – A/S 기사님을 기다리며 보낸 하루


다음 날 오전, 집주인이 보일러 회사에 A/S를 신청해줬지만 "부품 수급 문제로 이틀 정도 걸릴 것 같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그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회사에 다녀오는 것도 힘들었지만, 문제는 퇴근 후 돌아온 방이었습니다. 온수도 안 나오고 난방도 안 되는 원룸에서, 저는 편의점에서 산 핫팩을 붙이고 패딩을 입은 채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물티슈로 대충 몸을 닦고, 머리는 이틀째 못 감았습니다. 그날 밤에는 카페에서 파는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아 발밑에 두고 잤습니다.

3일차 – 예상 밖의 도움을 받은 순간


회사 동료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자취 선배였던 동료가 캠핑용 미니 온풍기를 하루 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반신반의하며 켜봤는데, 원룸이라 그런지 온풍기 하나로도 방 안 공기가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날 저녁에는 처음으로 이불 밖으로 손을 내놓고 휴대폰을 만질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별거 아닌 것 같던 그 온풍기가, 그 며칠 동안 가장 고마운 물건이 됐습니다.

3일째 밤 – 드디어 온 A/S 기사님


저녁 8시쯤, 예정보다 늦게 A/S 기사님이 오셨습니다. 순환펌프 모터 하나가 얼어서 고장 났다고 하셨고, 부품을 교체하는 데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3일을 기다렸던 문제가 20분 만에 해결되는 걸 보면서, 허탈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그날 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데, 그 순간이 그렇게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 후로 달라진 것

이 일을 겪고 나서 저는 보일러 브랜드의 고객센터 번호를 냉장고 자석 메모판에 적어뒀습니다. 그리고 겨울마다 전기장판, 핫팩, 미니 온풍기를 미리 준비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크게 배운 건, 보일러 고장은 예고 없이 오고 A/S는 생각보다 오래 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파 기간에는 부품 수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겨울을 앞둔 자취생분들께

혹시 지금 원룸에서 첫 겨울을 앞두고 계신 분이 있다면, 보일러가 멀쩡할 때 미리 고객센터 번호와 A/S 절차를 확인해두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전기장판 외에 핫팩이나 소형 온풍기처럼 비상시 쓸 수 있는 것도 하나쯤 마련해두시면, 저처럼 3일을 덜덜 떨며 보내는 일은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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